7년의 이미지
10세의 레싱 마이어는 빳빳하게 굳은 채로, 현관 홀의 의자에 앉아 있었다. 벽에는 살면서 처음 보는 화려한 커튼과 장식이 걸려 있고, 의자는 집에 있는 것과 다르게 매우 부드럽고 푹신했다. 하지만 그런 것에 정신을 뺏기는 일도 없이, 레싱은 무릎 위에 올린 양손이 달달 떨리는 것을 꾹 주먹을 쥐어 억누르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여기는 우르티카 고탑이고, 앞으로 레싱은 이 고탑에서 백작의 수행원으로 일하게 된다.
새로운 백작이 우르티카 영지를 다스리게 되었으니, 마이어 가문은 백작의 수행원이 될 아이를 고탑에 들여보내라―라는, 마이어 가문의 의지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통보. 하지만 그건 귀족의 명령이기도 했고, 집안 어른 누구도 그것에 의문을 제기하거나 반항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마이어 가문에서 가장 어린 레싱이, 끌려오듯 이 고탑에 오고 만 것이다.
마이어 가문의 일원으로서 백작의 수행원이 된다는 건, 일반적인 하인이 된다는 게 아니다. 우르티카 가문에게 제 평생을 바친다는 뜻이고, 자신의 선택이나 자유는 의미를 잃는다는 말이다. 앞으로 레싱 마이어의 인생은 그의 것이 아니라, 우르티카 백작의 것이 되어버린다. 어린 소년은 그게 너무나도 싫고, 무서웠다.
불안을 억누르기 위해 고개를 들었을 때, 레싱은 시녀가 웅장한 나선 계단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차가울 정도로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백작의 대리인이라던 남자를 보았을 때보다는 나았다. 잠시 마주했을 뿐인데도, 그의 가면처럼 부자연스러운 미소는 레싱의 속을 나쁘게만 했으니 말이다.
“백작께서 두통을 호소하고 계시니, 조금 기다려 주세요.”
표정과 마찬가지로 딱딱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마치 선언처럼 들렸다. 고개를 끄덕인 레싱은, 문득 떠오른 질문을 그대로 내뱉었다.
“우르티카 백작께서는… 어떤 사람인가요?”
“그 폐하를 꼭 닮은 나선형 뿔과 흑단 같은 머리카락을 지니신 분입니다.”
“…….”
평소의 레싱이라면 그걸 물어본 게 아니라고 말했으리라. 하지만 지금 그는 평소와 다르게 큰 불안에 사로잡혀 있었기에, 그 이상 묻는 것을 그만두었다. 현관 홀은 마치 누구도 없는 것처럼 조용해졌고, 레싱은 차라리 이 고요가 계속되기를 바랐다.
벌써 7년이나 지난 일이지만, 레싱은 아직도 그때를 기억한다. 17년 삶을 살면서 가장 인상에 남은 날이 언제인지를 물어본다면, 망설이지 않고 그날을 답할 정도로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관 홀에서 달달 떨던 소년은 결국 백작의 수행원이 되지 않았다. 두통에 시달리던 어린 백작이 서류에 서명하기를 거부했고, 그 서류에는 레싱을 수행원으로 묶어 두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던 덕이다. 레싱은 자유를 잃는 일 없이, 무사히 마이어의 농지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후 레싱은 평민을 쫓던 헌병과 싸우다 죽을 만치 얻어맞았고, 마침 그 장소에 있던 프레몬트에게 구해졌다. 그 사건을 계기로 우르티카를 떠나 리치의 무리와 함께 살게 되었고, 그들에게 아츠의 사용법부터 전투 기술까지 배우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레싱은 루트비히스 대학의 청강생이며, 검사이기도 하다. 우르티카 출신 소년이 농기구 대신 대검을 쥐게 되다니, 정말 세상일은 어찌 될지 알 수 없다.
그렇기에 그 7년간, 레싱은 종종 생각했다. 그때 우르티카 백작이 서명을 거부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자신이 자유를 얻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자신은 없었으리라고.
어린 백작은 그저 두통 탓에 모든 게 싫었을 뿐일 테니, 서명을 거부한 것에는 특별한 의도가 없었을 것을 안다. 하지만 그 선택이, 결과적으로 레싱을 자유롭게 한 건 사실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레싱은 우르티카 고탑을, 고요하던 현관 홀을, 그리고 결국 얼굴을 마주하지 못한 우르티카 백작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불안해하던 어린 자신의 질문과, 시녀의 피상적인 답도 함께.
나선형 뿔과 흑단 같은 머리카락을 지닌, 우르티카 백작. 간혹 레싱은, 어쩌면 제가 수행원으로서 그 옆에 서 있었을지도 모를, 자신보다 고작 두 살 많은 귀족 소년의 모습을 상상해 보고는 했다. 공상이 서투른 탓인지, 제대로 된 이미지로 완성된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말이다.
「우르티카 백작이 비세하임에서 사망」
신문 구석에 실린 기사에서 그 문장을 읽었던 때도.
「그 새끼 양은 살아 있어.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곳에 몸을 의탁하고 있다더군.」
프레몬트에게 그 말을 들었을 때도.
레싱의 머릿속에서, 프란츠 폰 우르티카의 모습은 어떤 이미지로도 완성되지 않았다.
레싱은 우르티카 백작이 향했다는 밀림 공원으로 서둘러 향했다. 게사츠슈베이터나 여황의 목소리에게 들키기 전 그를 만나, 프레몬트에게 데려가야 했다. 백작의 위치를 전달한 밀사의 말대로라면, 위치킹의 잔당 또한 백작을 찾아 움직이고 있으리라. 초조한 기분을 억누르기 위해, 레싱은 팔의 벨트를 좀 더 세게 조였다.
비가 갓 그친 공원에서는 젖은 풀의 냄새가 풍기고, 곳곳에서 사람들이 연주하는 악기의 음색이 울린다. 그 온화하게도 느껴지는 공간에서, 레싱은 누군가와 함께 천천히 걷는 게르하르트를 발견했다. 그 누군가의 모습을 확인한 순간, 레싱은 제 공상 속에서 한 번도 이미지로 완성된 적 없던 문장을 떠올렸다.
나선형 뿔과 흑단 같은 머리카락의….
정말 그 말대로였지만, 그 말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왜냐면 그 문장은 나선형 뿔이 검붉은 빛깔이며 위로 뻗어 있다는 것을, 흑단 같은 머리카락이 부드러울 듯 풍성한 곱슬이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레싱은 제가 공상에 서투르지 않았다 해도, 저 모습을 떠올리지는 못했으리라고 생각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그 문장의 설명이 부족해서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시간이 다 된 건가?”
우르티카 백작이 그리 말하며 저를 돌아보고 나서야, 그 눈이 어두운 달빛을 닮은 보랏빛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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