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간의 낙하


밀실의 흔들림이 더욱 거세졌을 때, 에벤홀츠의 고통 섞인 신음이 비명으로 변했다. 낡아빠진 의자에 겨우 기대어 있던 가느다란 몸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에벤홀츠!!!”

대답 대신 돌아온 것은 아플 정도의 비명이었고, 그마저도 금세 끊어지고 말았다. 새하얗게 질린 손가락 끝이 바닥을 긁으며 상처를 냈기에, 레싱은 다급히 그 손을 잡아 바닥에서 떨어트렸다. 흔들림은 또다시 강해졌고, 레싱에게 붙잡혀 바르작거리던 팔에 힘이 빠지는 게 느껴졌다. 순간 레싱은 가슴이 섬뜩해졌지만, 피가 말라붙은 입술에서 새는 호흡과 희미한 신음을 인지하고 안도했다. 의식이 흐릿해진 듯하니 그리 다행인 상황은 아니지만, 죽은 것보다는 나았으니 말이다.
프레몬트의 말대로라면, 아마 게르하르트의 힘으로는 술식을 완전히 발동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강대한 주술은 여파만으로도 학교를 파괴할 수 있으니, 서둘러 여기에서 도망쳐야만 했다. 잔당은 전부 쓰러트렸고, 게르하르트는 프레몬트와 대치하고 있으니, 지금 레싱이 에벤홀츠를 데려가는 걸 막을 자는 없다. 레싱은 잡고 있던 팔을 제 어깨에 걸치게 한 뒤, 에벤홀츠의 등과 무릎에 팔을 둘러서 안았다. 가장 빠른 탈출 루트를 생각하며 레싱이 몸을 일으키고자 한 순간―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진동이 울리며, 밀실이 말 그대로 ‘떠올랐다’.

“?!!”

레싱은 반사적으로 일어나려던 몸을 굽혀 무게중심을 낮추었고, 덕분에 에벤홀츠를 안은 채로 넘어지는 건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게 무슨 상황인지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어째서 지하에 있을 밀실이 떠오른 걸까. 설마 게르하르트가 성공한 건가?

“자기 깜냥도 모르는 어리석은 놈아!!! 네가 소환했으니 알겠지, 이건 ‘기원의 뿔’도 뭣도 아냐. 그저 겉만 번지르르하게 흉내내는 가짜다!!!”

프레몬트의 노호가 레싱을 깨웠다. 자신을 향한 건 아니었지만, 그 분노를 숨기지 않는 고함은 혼란을 걷어내기에는 충분할 정도로 날카로웠다. 또렷해진 정신으로 레싱은 자신이 해야 하는, 할 수 있는 일을 정리했다.
헤르쿤프트쇼른의 술식은 밀실을 고탑의 일부로 만들었지만, 이 고탑은 ‘기원의 뿔’이 아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해야 할 일은 아까와 다르지 않다. 에벤홀츠를 데리고 도망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가 고탑의 일부라면 문은 더 이상 탈출로로 사용할 수 없으리라. 그렇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레싱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벽 일부가 무너져, 마치 창문처럼 바깥을 드러낸 것이 보인다. 흑염을 연상시키는 먹구름이 남실거리고, 천둥이 귀청을 찢을 것처럼 울린다. …고민은 길지 않았고, 레싱은 위험을 감수하기로 했다.
에벤홀츠를 안은 채로 몸을 일으켜, 부서진 벽으로 향한다. 약해진 벽은 발로 차는 것만으로도 가볍게 부서져, 레싱은 간단히 탈출로를 넓힐 수 있었다. 이대로 뛰어내리는 건 위험하겠지만, 바깥쪽 벽면의 요철에 의지한다면 적당한 위치까지 내려갈 수 있으리라. 프레몬트를 두고 가게 되겠지만, 그에 대해서는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리치의 힘은 특수하고, 특히 프레몬트는 ‘새끼 양’보다도 훨씬 강하니 말이다.
혹여나 떨어트리지 않도록, 레싱은 품 안의 에벤홀츠를 단단히 붙잡았다. 하수도에서 구해서 데려왔을 때부터 느꼈지만, 지나치게 가벼운 몸이었다. 그는 이렇게 연약하면서, 마치 죽을 곳을 찾는 것처럼 굴었고, 저를 구하려고 한 이를 적이라고 생각했다….

“꽉 잡아.”

그건 에벤홀츠가 아닌, 레싱 자신을 다잡기 위한 말이었다. 양손을 쓸 수 없는 지금, 벨트를 조이는 방법은 사용할 수 없었으니 말이다. 애초에 에벤홀츠는 지금 의식이 없으니, 제 목소리를 인지하지도 못할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가슴에 걸린 벨트를 당기는 감촉이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이니, 에벤홀츠의 손이 제 벨트를 꾹 붙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마치 꽉 잡으라는 제 말에 반응한 것처럼….

“…그거면 됐어.”

레싱은 그 이상의 말을 삼키고, 에벤홀츠와 함께 고탑에서 뛰어내렸다. 직후 보랏빛의 섬광이 그들이 있던 장소를 꿰뚫었다. 발 디딜 곳을 잃은 허공에서, 레싱은 흩어지는 고탑의 잔해에서 에벤홀츠를 감추듯 몸을 움츠렸고, 어딘가에서 뻗은 하나의 실이 그의 목덜미에 닿았다.
막간의 낙하는 그것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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