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룸

백룸영상 보는데 조로 너무 취약함 무조건 혼자 쓱 다른길목 들어가버려서 동료들 사라지고 무한히 헤메게 될것같음 감도 예민해가지고 엔티티 기척 느끼고 저기 뭔가 있는것같은데 하고 잠깐 오른쪽 복도로 들어간다음 동료 부르려고 뒤돌아보니 눈앞에서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거

크게 패닉하진 않을것같다 욕하면서 스스로 척척척 걸어가는데 뱅뱅 같은곳만 돌게되는거지 아무래도 이상한 느낌에 제자리에 멈춰서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데 저쪽에서부터 발걸음 소리가 빠르게 가까워짐 맞서야하나 도망가야하나 고르기도전에 누군가 마주치게됨

자신과 비슷한 보호복에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는 남자는 여기까지 달려왔던건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고 손에는 깨진 방독면을 들고 있었음 자신을 보고 놀란 눈치였지만 무언가에 쫓기는듯 곧바로 조로를 붙잡고 거침없이 복도를 지나더니 조로는 한번도 발견하지 못했던 문으로 직행함

문을 열자 현재 위치한 끝없는 복도로 이루어진 곳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방이 나타났고 남자는 잠깐 망설이다가 뒤쪽에서 끼긱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급히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음 문이 닫히기 전 조로는 검은 물체가 기이한 모습으로 이쪽으로 향하는걸 본것같았음

남자는 한참을 긴장을 풀지 않고 이곳저곳을 둘러보더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자 그제서야 풀썩 주저앉으며 휴식을 가졌음 멀뚱하게 서있는 조로를 보며 고개를 갸웃하더니 저 구닥다리 옷은 어디서 주워입은거냐며 중얼거리고는 OOO부대 소속 트라팔가 로우라고 소개함

군인?
아아, 연구소 쪽에서 온건가. 일행을 잃어버린 건 안타깝지만 그건 나도 마찬가지라서.

그쪽에서 누가 온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 하여간 윗대가리들은 일처리가 거지같다는 둥 뭘 제대로 알려주지도않고 사람만 냅다 쳐넣으면 다 되는줄 안다는 둥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로우
손으로는 방독면을 이리저리 만지더니 소형카메라와 연결된 메모리박스를 뜯어내고는 옷에 꽂아놓음

남은 플라스틱 쪼가리를 휙하고 던져버리면서 로우는 조로에게 저처럼 방독면은 벗으라고 얘기함 시야 차단은 물론 숨쉬기도 불편하고 여기선 쓸모없는 것이라면서 기록용 카메라만 잘 부착해놓으라고 함

조로는 끄덕거리고는 머리보호구를 벗어버림 그리고 절 보는 로우의 표정이 점점 경악으로 물드는 것을 보게됨

롤로노아 조로…?
...?

알고보니 조로는 백룸 초창기에 투입된 연구원이고 그날 이후로 실종 및 사망 처리된 상태
초창기에는 규율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고 조로가 사라진 이후로 혼자 행동하지 말라는게 추가됨
백룸에 들어가기 전 교육영상 초반에 나오는 사례라서 로우는 조로의 이름과 얼굴 모두 외우고있었던거

로우는 조로가 사라진지 몇십년 이후 세대임 본인이 과거로 넘어간건지 조로가 미래로 넘어온건지 지금은 알수없어 안그래도 탈출할 생각에 막막한데 머리속이 더 혼란해짐 생각을 정리한 로우는 일단 조로를 데리고 나가는 문부터 찾기로 함

로우는 제말대로 카메라를 찾기위해 방독면을 부러뜨릴듯이 만지고있는 조로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봄 사진으로 봤을 땐 별생각 없었는데 직접 마주하니 더 어려보였음 임무 전 훑어본 실종자 명단에 나와있던 출생연도와 실종연도로 나이를 계산해본 로우는 시선을 느끼고 쳐다본 조로에 괜히 헛기침을 한 후 손을 내밀며 이리 달라고 함 얌전히 건네진 방독면은 옛날 모델이라 산소통과 연결된 호스 외에는 아무것도 부착되있지 않았음

로우는 조로의 소지품을 확인해보려했지만 아예 조로의 보호복에는 주머니가 없었고 로우에게도 간식 두개와 바늘이 팽글팽글 끊임없이 돌고있는 간이나침반 뿐이었음 암담한 상황에 크게 내색하지 않으려 하며 로우는 조로에게 단백질바를 주고 남은 하나는 포장지를 뜯어 입에 넣었음 조로는 잠시 고민하더니 자신을 따라 먹어치웠음

출발하기전 보호복에 엉겨붙은 덩어리들을 최대한 떼어낸 로우는 벗어놓았던 산소통을 주섬주섬 챙기는 조로를 말리려다 혹시나 쓰임새가 있을까 싶어 번갈아서 들기로 했음 그렇게 출구를 찾기 위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함

들어온 입구와 반대편에 있는 문을 열자 새로운 복도가 나타났음 다만 이전의 줄지어진 형광등으로 환했던 노란색의 복도와는 다르게 이곳은 조명이 띄엄띄엄 달려있어 좀더 어두웠고 벽지는 더러웠음

갈림길도 없이 일자로 이어진 길을 경계심을 갖추고 일정한 속도로 나아가던 둘은 한동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앉자 긴장을 조금 누그러뜨리며 걷고 또 걸었음 시간이 얼마나 지난건지 알수도 없었음 여기에 들어오고나서 한번도 배고픔이나 목마름을 느끼지 않은게 다행이었음

한참을 조용히 발소리만 내다가 조근조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겠지
중간중간 정적이 많긴 하겠지만

조로야, 라고 불러도 되나?
마음대로. 트라...
트라팔가 로우다.
어어.
...

네가 사라진 후의 상황이 궁금하진 않은 건가? 뭐든 아는 것이라면 답해주지.
어... 딱히.
가족은?
두고 온 사람은 없어.

정말 미련따위 없는 말투로 내뱉은 조로는 무언가 생각난듯 로우에게 조심스레 물었음

그, 야구는 누가 우승했어?
뭐?
아니, 다른 건 아니고, 내가 어느 팀에 돈을 좀 걸었는데 땄을지 궁금해서-

생각보다 가벼운 얘기에, 그냥 못들은셈 치라며 난감한 표정을 짓는 조로에 무심코 웃음이 터진 로우는 기억을 더듬으며 그해 트로피를 거머쥔 팀 이름을 말했음

그 팀은 몇 번 더 우승하더니 몇십년동안 1등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네가 다녔던 학교는 예전에 철거됐고 그 자리에 백화점이 생겼다, 그 공원은 나도 가봤다 등등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가니 문이 활짝 열린 엘레베이터가 복도 끝에서 기다리고 있었음

슬쩍 안을 확인해보자 버튼은 딱 두개 밖에 없었음




엘리베이터 바깥에 있어야할 화살표모양 버튼이 안쪽 벽 정가운데 위치해있었고 숫자라던가 비상용 버튼은 보이지않았음 이제까지 온 길을 뒤돌아보니 어느새 조명이 꺼진건지 새까맣기만 했음 이를 인지하자마자 남아있던 조명마저 모두 꺼져버렸고 엘리베이터 안의 불빛만 남게 되었음

화물운송용보다는 여느 건물 어디서나 볼수있는 평범한 승객용과 비슷한 엘리베이터는 오래되고 낡은 느낌의 복도와 대비되어 갓 비닐을 뜯은 것처럼 깨끗하고 반짝거리는듯해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었음 위를 향하든 아래를 향하든 안좋은 예감이 쉬이 결정을 못하고있는 로우에게 조로가 제안했음

가위바위보 할래? 내가 널 이기면 위로 가는 거로.

로우는 허, 하고 인상을 찌푸리다가 별수없다는걸 깨닫고 비죽 웃었음

좋아. 대신 내가 이기면 위로, 네가 이기면 아래로 가는 거다.

조로는 못마땅한듯 입술을 움직였으나 곧 끄덕거렸음


띵-

버튼을 누르자 명쾌한 종소리와 함께 문이 부드럽게 닫혔음

평범해보였던 엘레베이터 내부는 빈틈이 없었음 말그대로 나사자국이라던가 부품과 부품 사이의 경계를 나타내는 틈 자체가 없었음 끝없이 올라가는, 사실 올라가는지 내려가는지도 잘 모르겠는 네모난 공간에 통째로 밀폐되어있는거

천장 쪽을 뜯어볼까 했던 시도는 수포로 돌아갔음 로우의 어깨 위에 올라탄 채 조명부근을 유심히 보던 조로는 바닥으로 내려오며 관짝에 갇힌 꼴이라고 농담했음

다행히 엘레베이터는 다시 종소리를 내며 문을 열어주었고 도착한 곳은 넓은 쇼핑몰이었음 깨끗하고 밝은 내부는 오픈한 지 얼마 안되는 것처럼 보였고 둘은 천천히 출구를 찾아보기로 함

야, 저거..
...뛰어.

출구는 개뿔, 무지막지하게 커다란 검은 물체를 피해 정신없이 뛰어다녀야 했음
생긴 것과는 다르게 그것은 빠르게 쫓아왔고 이대로 가다간 금새 따라잡힐성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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